일상이야기

삶과 죽음이 어찌 같을 수 있을까?(3)

bigthing 2024. 8. 1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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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경련이 있은 다음 요양병원에서 일반 병원으로 옮긴 후 3일 정도가 지났고 병원에서는 아무런 원인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일반인이 보기에 걱정이 될만한 약을 처방하며 경과를 보고자 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이기에 머리속엔 오래된 뇌출혈의 모습이 중간 중간 살짝 보였지만 아주 오래된 흔적이라서 경련을 일으킬 이유는 아니라고 했고 만성 지주막하 출혈도 있으나 현재의 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다른 곳의 혈관 사진을 보여주며 얇아진 곳과 중간에 막힌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몇일 더 경과를 보자고 했지만 그 몇일 동안 아버지는 멀쩡하셨고 우리는 더이상 무언가 할것이 없다고 생각해 퇴원을 결정했다. 의사는 뇌경색과 관련된 약을 처방해 주었다. 뇌출혈과 뇌경색의 두가지 증상이 보이는 중에 둘중의 하나만을 치료하는 약을 처방하는 것은 힘든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소견상으로는 뇌경색쪽이 더 의심이 된다고 했다.(뇌경색은 혈관이 막히는 것이고 뇌출혈은 혈관이 터져서 피가 흘러 나오는 것이라서 완전히 반대의 증상이며 반대의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7~8가지의 약을 드시는 아버지께 2~3개의 외경색 관련 약이 더 추가 되었다. 저 약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거나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 더 신기할 정도로 많은 약을 챙겨서 드셔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퇴원 후 비용은 100만원 정도 나왔다.(의료보험으로 처리된 비용이 160만원 정도를 포함하면 검사와 4일 정도 입원만으로 260만원 정도가 나온 셈이다.)


 

한고비를 넘기고 긴장이 풀린 후 피로가 몰려온 탓인지 8시간을 자고도 눈은 계속 졸음이 오는 듯 감기고 있었다. 현대인은 대부분 만성 피로 호소인 일텐데 이번 일 때문인지 더위때문인지 더더욱 피로감이 진해졌다.

 

그리고 일요일.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몸이기에 멍하니 티비를 보는데 동물이 나오는 프로를 하고 있었다. 

 

이 프로에는 유기견 유기묘들이 꽤 많이 나온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처해있는 아픈 동물들이 많이 나온다. 제작진은 이 프로에 나오는 여러 동물들을 데려가 검진도 해주고 수술도 해주고 한다. 그 비용이 얼마나 나오는 지는 밝히지 않는다. 사실 비용이 얼마가 되던 상관은 없을 것이다. 광고비, 제작비를 대주는 업체들이 있을 테니까.

 

일반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개나 고양이가 조금만 아파도 그래서 어떤 간단한 수술이라도 한다고 치면 어떨까? 어떤 유머 사이트에 의료 민영화 체험이라면서 올라온 사진이 있었다. 거기엔 수술한 고양이가 있었고 영수증에 적힌 금액은 370만원 정도가 찍혀 있었다. 그 밑에는 자신들이 비용으로 수백만원을 썼다는 이야기에 퇴직금을 깨서 썼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댓글이 달려 있었다. 

 

동물에 관련된 의료보험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저정도의 금액들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의료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애완동물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저런 상황들이 애완동물의 유기를 만드는 원인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입원해서 드는 병원비 몇백만원도 감당하기 힘든데 애완동물에게 들어가는 돈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22년 직장인 월급 평균이 323만원 이며 대기업 근로자는 591만원 이라고 한다. 돌봐야 할 아이와 노인이 없다면 아마도 적당하거나 풍족한 돈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절대 충분한 돈일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의료비용으로 한달에 100만원쯤 들어간다고 하면 그걸 감당할 수 있는 가구는 얼마나 될까? 노인 요양시설의 평균 부담금은 월 150 ~ 25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이게 맞는 것일까를 고민해 보게 된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금전적으로 조금 힘들더라도 그렇게 할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그나마도 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이용해 모든 것을 처리해야만 하는 상황일 것이다. 

 

아버지는 당분간은 집에 계시게 될 것이다. 물론 다시 요양원이나 병원을 가셔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고 나는 다시 의료보험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 문을 두드려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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