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역사서를 쓰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다 - 역사의 역사

bigthing 2024. 9.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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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역사관련서 중 한권인 '역사의 역사'입니다. 역사를 기록한 사람들과 그들이 쓴 역사서를 읽고 분석해 써내려간 책입니다. 역사는 누가 어떻게 해석하고 글을 썼는지에 따라 후대에 알려지는 것도 다를 것입니다. 유시민이 쓴 나의 한국 현대사와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 현대사 부분은 전혀 다를지도 모릅니다. 아니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 더 확실하겠군요. 그만큼 역사서를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소개
‘국가란 무엇인가’ 이후, ‘역사란 무엇인가’를 묻다
유시민과 함께 역사의 갈피를 찾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로부터 30년, 작가 유시민 글쓰기의 새로운 시작.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부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까지 고대로부터 최근까지 역사를 사로잡은 18권의 역사서들을 9장으로 나누어 훑으며 ‘역사’라는 화두를 전개해간다. 각 역사서의 주요 내용과 시대적인 맥락, 서사의 새로운 초점과 해석, 역사가의 생애 등을 유시민만의 언어로 요약했다.

여기에 역사가의 속마음을 전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체크해 주거나,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안내자 역할까지 맡았다. 역사에 대한 애정과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며, 자신의 역사 공부법을 공개하는 셈이다. 역사의 힘과 논리, 역사가의 생각과 감정, 역사 공부의 재미와 깨달음을 함께 나누는 가운데 저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게 한다.

 

목차
서문 ― 역사란 무엇인가?
프롤로그 ― 기록, 과학, 문학

제1장 서구 역사의 창시자,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거리의 이야기꾼, 헤로도토스 | 페르시아 전쟁과 『역사』 |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그리스 세계의 몰락 | 세계사와 민족사의 동시 탄생 | 사실과 상상력 | 서사의 힘과 역사의 매력

제2장 사마천이 그린 인간과 권력과 시대의 풍경화
역사가의 우아한 복수 | 기전체로 그린 시대의 풍경 | 사료의 공백과 문학적 상상력 | 역사의 코스모스

제3장 이븐 할둔, 최초의 인류사를 쓰다
과학과 역사의 첫 만남 | 『성찰의 책』과 『역사서설』 | 왕조의 흥망과 ‘아싸비야’ 이론 | 역사가와 종교의 속박 | 왕이 된 예수 | 이슬람 세계의 통합과 분열 | 군주에게 준 경고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타고난 역사가
전문 역사학자의 시대 | ‘문서고 깨기’의 달인 | 역사와 신학 | ‘있었던 그대로’의 생명력 없는 역사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해석에서 변혁으로 | 유물론, 변증법, 유물사관 | 공산주의 혁명과 역사의 종말 | 후쿠야마의 변종 역사종말론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신채호?백남운
제국주의 시대의 민족주의 역사학 | 박은식의 『한국통사』 | 개명 유학자에서 민주주의자로 |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 『조선상고사』 | 걸출한 사료 연구자, 신채호 | 김부식의 역사 왜곡 | 백남운의 조선 역사 4단계 발전론 | 식민사관과 유물사관

제7장 에드워드 H. 카의 역사가 된 역사 이론서
『역사란 무엇인가』가 난해한 이유 | 역사가와 사실 | 모든 역사는 현대사 | 개인과 사회, 역사의 진보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 | 『역사의 연구』, 문명의 백과사전 | 도전과 응전의 기록 | 창조적 소수자와 내적·외적 프롤레타리아트 | 문명의 충돌 | 단층선 분쟁

제9장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역사와 과학을 통합하다
부족 인간에서 사피엔스로 | 과학자가 쓴 역사 | 인지혁명과 역사의 탄생 | ‘역사의 최대 사기’ 농업혁명 | 신이 되려는 인간

에필로그 ― 서사의 힘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의 내용을 조금만 보시죠.

역사는 사실을 쓴 이야기이고 언어로 재현한 과거인데, 남의 언어로 재현한 남의 과거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고 흥미를 느끼려면 그 책이 담고 있는 기초 정보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그 모든 낯선 정보를 다 검색해 가면서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서사에 집중하면서 읽으면 충분하다.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51~52, 제1장

인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역사서를 한 권만 뽑는다면 『사기』가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되는 게 마땅하다. 사마천은 역사를 역사답게 쓴 중국 문명 최초의 역사가였다. 민간의 역사서와 다양한 국가 기록을 참고해 『사기』를 집필했지만 『사기』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이전의 역사서가 저마다 별 하나를 그렸다면 사마천은 우주를 그렸다. 『사기』는 시대와 문명의 과거를 언어로 재구성한 ‘전체사(全體史)’였다. 인류 역사에서 혼자 힘으로 그런 작업을 해낸 역사가는 오로지 그 한 사람뿐이었다. ---p.76, 제2장

『역사서설』이 오늘날까지 역사서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보편적 역사법칙을 밝혀서가 아니라 귀중한 역사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발견했다고 믿었던 역사법칙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7세기에 탄생한 이슬람 문명과 아랍 사회의 현황 및 특징을 기록했고, 당시 아랍 지식인들이 인간과 문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정밀하게 서술했다. 이런 정보 덕분에 『역사서설』은 이슬람 문명의 발생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귀한 길잡이가 되었다. 이 책은 또한 시대를 한참 앞서간 과학적 사고방식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담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재미를 맛볼 수 있다. ---p.85, 제3장

지독히 재미없게 글을 썼던 랑케가 ‘역사의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학문적 업적이지만 다른 하나는 치명적이고 중대한 인식의 오류다. 랑케의 업적은 오류덕분에 빛나며, 오류는 업적 때문에 돋보인다.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 역사학은 그가 이룬 업적의 토대 위에서 그가 저지른 오류를 극복하면서 가지를 뻗고 꽃을 피웠다. 이런 인물을 빠뜨리고 역사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p.126~127, 제4장

헤로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으며, 할둔에게는 학문 연구였다.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고 , 박은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 사피엔스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 잡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대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p.212~213, 제6장

토인비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역사가의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역사는 기록이고 과학이며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서 차례에서 본 것처럼 『역사의 연구』는 문명의 탄생과 성장, 쇠락과해체의 과정과 원리에 대한 단 하나의 이야기다. 세부 사항을 서술할 때 문학적 표현을 즐겨 사용한 그는 역사와 문학을 뒤섞었다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문장 스타일을 견지했다.(제8장, 256~257쪽)

역사의 역사는 내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알면, 시간이 지배하는 망각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 온갖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고 격려했다.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이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해졌기를!---p.320,「에필로그」

 

역사서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대하는 사람의 태도가 정말 중요하죠. 아무런 생각없이 사실만을 기록하는 역사서는 없습니다. 하물며 조선왕조실록도 그렇진 않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역사의 역사'는 앞으로 다른 역사서를 읽을 때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할지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책인 것 같습니다. 

 

이상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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