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여름방학때 제가 놀러갔던 신촌은 수많은 사람들이 뭉쳐서 술을 먹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신촌은 젊음의 장소입니다. PC통신 동아리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먹고 돌아다니던 그때 그 날 바깥에서는 데모가 있었고 그 데모를 제압하기 위해 쏜 최루탄 냄새가 지하술집 안까지 날아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터진 것은 아니었기에 오래 가진 않았고 다들 신나게 먹고 마시며 시간이 지나고는 즐겁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국가는 무엇일까요? 각자가 생각하는 국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신촌의 어느 저녁처럼 안전하게 술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제가 원하는 국가일까요? 아니면 놀고 있던 사람들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학생들을 진압하는 것이 국가일까요? 실체가 있지만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국가라는 것을 유시민 작가의 이 책을 통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가진 책은 개정신판 이전의 책이므로 내용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개정판도 그 내용이 많이 바뀐 건 아니고 필체가 유려해졌다고 해야 하는 정도이긴 한것 같습니다. (서울 교육청 전자도서관에서 개정신판을 보실 수 있습니다.)
책 소개글을 먼저 보기로 하죠.
당신의 나라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국가에 대해 질문하고, 훌륭한 국가를 상상하라
2016년 10월 말부터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세 차례에 걸친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담화, 이어진 청문회와 특검, 대통령 탄핵 그리고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여러 사안들까지.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왜 우리는 이런 국가에서 살고 있는가?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 우리가 원하는 국가는 어떤 모습인가? 시대가 낳은 이런 질문들을 일상적으로 해보게 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당신이 원하는 대통령, 당신의 국가관이 무엇인지 재점검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좋든 싫든 당신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지 않은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대선에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시간을 좀 더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2011년 한 정당의 대표였던 유시민은 정의롭고 바람직한 국가가 무엇인지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바 있다.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과감 없이 드러낸 책이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낡은 이론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꾸준히 찾는 독자들이 있었고 새로운 사례들을 추가해 개정판을 내달라는 독자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해 시민들의 개탄과 분노 속에 함께 있던 유시민은 더 이상 개정 작업을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를 보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음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국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촛불 집회 이후를 상상하고, 훌륭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들고 싶었다.
개정신판 서문에서 유시민은 “초판본을 읽은 독자라면 개정신판을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8쪽)고 밝힌다. 실제로 이 책은 초판의 구성과 기본 골조가 동일하다. 국가를 보는 입장을 세 가지로 분류(제1장~제3장)한 후에, 국가는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 다스려야 하며(제4장), 국가를 올바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핀다(제5장). 그리고 국가 변혁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제6장), 진정한 진보 정치란 무엇이며(제7장), 국가가 이상으로 삼아야 할 가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제8장), 마지막으로 정치인에게 필요한 윤리는 무엇인지(제9장)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초판과 같다고 할 수 없다. 유시민의 신변이 달라졌고, 정치 상황도 급변했으며, 시민들도 달라졌다. 개정신판에 그 변화들을 담았다. 올바른 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운 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국가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가닿기를 바란다.
--Yes24
목차를 보시죠. 대한민국에 있던 사건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철학들을 가져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목차
서문
제1장 국가란 무엇인가 1_합법적 폭력
남일당 빌딩에 나타난 국가
리바이어던, 국가의 탄생
전제군주제_홉스의 이상국가
만약 국가가 없다면_소말리아와 시리아
마키아벨리의 통치술
대한민국의 기원_한국전쟁
이념형 보수_국가주의
제2장 국가란 무엇인가 2_공공재 공급자
법치주의_통치자에 대한 구속
자유가 너희를 풍요롭게 하리라_스미스
국가와 정부는 다르다_루소
어떤 경우에도 침해할 수 없는 자유_밀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_소로
시장형 보수_자유주의
제3장 국가란 무엇인가 3_계급지배의 도구
프롤레타리아트에게는 조국이 없다
공산주의 혁명과 국가의 소멸
근본적 변화에 대한 열망과 정치적 냉소주의
좌절한 사회혁명의 꿈
제4장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철학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_플라톤
군자가 다스려야 한다_맹자
정의는 강자의 이익_트라시마코스
악을 최소화하는 방법_민주주의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제5장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애국심의 두 얼굴
영원한 것은 조국뿐이다_피히테
애국심은 사악한 감정_톨스토이
함께 귀속되고자 하는 인민의 의지_르낭
제6장 혁명이냐 개량이냐
국가는 사멸하지 않는다
혁명은 언제 일어나는가
톨스토이의 절망
유토피아적 공학과 점진적 공학_포퍼
개량의 길이 봉쇄되면 혁명의 문이 열린다
겁에 질린 자유주의자_하이에크
논리의 덫에 갇힌 자유지상주의
미끄러운 비탈 이론
제7장 진보정치란 무엇인가
인간은 모두 보수적이다_베블런
진보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것_김상봉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_이남곡
국가의 텔로스는 정의_아리스토텔레스
보론_복지국가론
제8장 국가의 도덕적 이상은 무엇인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_니버
정의란 무엇인가
시장은 정의를 실현하지 않는다
진보자유주의
제9장 정치인은 어떤 도덕법을 따라야 하는가
너 자신의 준칙에 따라 행동하라_칸트
정치는 결과로 책임지는 일_베버
졌지만 이긴 정치인_베른슈타인
연합정치와 책임윤리
맺음말 훌륭한 국가를 생각한다
미주
찾아보기
8장에 등장하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부분은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한번 읽은 뒤 읽으며 비교해 보고 싶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1장에서 예로 든 소말리아와 시리아를 보면 국가가 어떤 존재인지 빠르게 감이 오기도 합니다.
개정판 서문의 글 중 일부 입니다.
꼭 개정판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개정 신판을 보시고 싶어 하실 것 같군요.
출판사 리뷰를 한번 살펴 볼텐데요. 물론 출판사는 많이 달라 졌다고 하지만 제가 볼때는 중고서점에서 구판을 구해 보신다고 해도 그 내용이나 관점은 비슷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특징: 초판과 무엇이 다를까?
1. 직업정치인에서 전업 작가로, 시민 유시민이 묻는 ‘국가란 무엇인가’
초판을 쓸 당시(2010) 유시민은 지금은 사라진 국민참여당의 대표였다. 진보적 지식인이자 현실정치인이었던 그가 본격적으로 국가의 본질을 묻고 진보정치가 지향해야 할 바를 찾기 위한 일환으로 쓴 책이 바로 『국가란 무엇인가』였다. 이전 정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훌륭한 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모색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그는 정계를 은퇴하고 전업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활동 무대도 달라졌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로 대부분의 일과를 보낸다. 글쓰기 관련 책을 출간한 계기로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기도 하며, 텔레비전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출현해 재치 있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사회 현안을 짚어주기도 한다. 유시민의 이러한 신변 변화는 개정신판을 쓰게 한 일종의 원동력이 됐다. 정치인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 오롯이 바뀌어가는 동안 국가를 보는 눈 또한 달라졌고, 지금의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국가론이 무엇인지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초판에 넣었던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주장, 국가와 정치를 분석하는 부분을 모두 다 걷어냈다. 국가는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성 대신 국가를 보는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음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했다. 개정신판에서는 좀 더 균형 잡히고 명료한 유시민의 국가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 유시민의 변화하는 글쓰기
이번 개정신판을 내면서 유시민이 중점을 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글을 쓰는 방식이다. 담고 있는 내용은 이전 판과 동일한 부분이 많지만 전달하는 방식, 즉 표현 방식은 전면적으로 바꿨다. 작게는 단어나 문장 구조부터 크게는 문단 전체까지, 글을 전체적으로 손보면서 책 전반의 색조가 달라졌다. 아직 변화하는 중이라 일반화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수식어구와 부사가 대폭 줄었으며 문장 곳곳에 사안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묻어난다. 촌철살인의 자리에 설득하고 공감하는 어조가 들어섰다. 유시민의 저서를 꾸준히 읽어온 예민한 독자라면 이런 차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터이니 초판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대조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3.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라
유시민은 초판 서문에서 2009년 용산참사를 계기로 국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명박 정부 3년차에 벌어졌던 용산참사는 국가, 정부, 공권력이 무엇인지 거듭 질문하게 했고 수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한국 사회에는 순위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졌다. 4대강 사업,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백남기 농민 사망,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우리는 여느 영화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일들을 매일 보고 겪는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이 모두 ‘국가’, ‘정부’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도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가거나 쉽게 잊는다는 데 있다. 유시민은 개정신판에서 2011년 초판 이후에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던 그간의 일들을 곳곳에 채워 넣었다. 비판하고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 기억해내어 그 뒤에 그림자처럼 자리한 국가의 모습을 똑똑하게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4. 2016년 촛불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유시민이 개정신판을 작업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16년 10월 24일 JTBC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서다. 여기서 유시민이 주목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보다 거기에 분노하고 개탄한 국민 수백 만 명이 광장에 모여 16차례나 다함께 촛불을 들었다는 데 있다. 2016월 12월 9일 대통령 탄핵이라는 화살은 쏘아졌지만, 속 시원한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무응답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 거기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체념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야 한다. 유시민이 개정신판에서 6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훌륭한 국가, 정의로운 국가에 살고 싶다면 시민 각자가 더 훌륭해져 한다는 것. 국가의 무능에 한탄하느라 모든 힘을 쓰기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당신의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좀 더 훌륭해져야 한다.
5. 한 권으로 읽는 국가론 교양서
『국가란 무엇인가』는 초판이 나왔을 때부터 한 권으로 잘 정리된 국가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동서고금의 저명한 철학자와 이론가들이 펼친 ‘국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일목요연하게 소개되어 있으며 네 가지 국가론(플라톤의 목적론적 국가론, 홉스의 국가주의 국가론, 로크와 밀의 자유주의 국가론, 마르크스의 도구적 국가론)을 하나씩 짚어준다. 개정신판은 기본적으로 초판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가기에 이런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국가론 담론을 소개하는 고전적인 입문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초판에서 직접 인용으로 길게 넣었던 사상가들의 말을 풀어서 썼다. 물론 깊은 독서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해당 내용의 출처를 미주로 남겨뒀다. 유시민의 말처럼 지금 중요한 것은 국가를 보는 다양하고 세밀한 입장이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국가를, 정부를, 대통령을 제대로 비판하려면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이것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개정신판의 마지막 맺음말의 첫 시작은 이렇습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는 국가를 원한다.'
그의 결론이 개정판에서 바뀌거나 많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철학사를 그대로 가져왔고 조금은 더 읽기 좋게 잘 다듬은 것 뿐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는 분들의 각자의 국가와 이상 정의는 모두 다를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각자가 어떠한 국가를 원하는지를 생각해 보고 그려보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 였습니다.
한번 더 말씀 드리지만 개정신판은 서울시교육청 전자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도 보실 수도 있습니다.
이상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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