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부터 대단한 글로 순식간에 책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유럽인 이야기 1편에 이어 2편입니다. 서평에도 쓰여 있는 말이지만 역사는 인간을 중심으로 직조되어 왔으니 그 인물들을 중심으로 살펴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죠. 중세를 암흑기라고 하지만 근대에도 어둠과 빛은 공존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한번 살펴 보도록 하죠.
목차
프롤로그
1장 카트린 드 메디시스, 프랑스 흑역사의 주인공
1. 신의 은총으로 왕비가 되다
메디치 가문의 재원, 프랑스의 왕비가 되다│왕비의 자격을 갖추어나가다│남편의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카트린│상복을 입고 권력을 행사하다
2.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참극
악화일로로 치닫는 신구교 갈등│대재앙의 도화선이 된 결혼식│“다 죽여라, 국왕께서 명령하셨다!”│종교가 광기를 띠면?
3. 평화를 추구한 여성 정치가
앙리 3세의 즉위, 흔들리는 왕권│안팎으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던 카트린│“어머니, 용서하세요. 기즈를 죽였습니다”│‘빛과 평정을 가져오리라’
2장 침묵공 빌렘, 네덜란드 독립의 영웅
1. 오렌지 향기를 머금은 ‘개구리 나라’
그대는 아는가, 오렌지꽃 피는 남쪽 나라를│펠리페 2세와 빌렘의 만남│‘침묵공’이라 불리게 된 사연
2. ‘철의 공작’ 알바 공과의 한판 승부
네덜란드 총독 마르가레트와 ‘거지 기사단’│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다│‘철의 공작’ 알바 공│괴테와 베토벤의 작품으로 남은 에흐몬트
3. 건국의 초석을 놓은 네덜란드의 국부
“배가 고프면 내 팔을 먹어라!”│네덜란드판 남북 분단│네덜란드 독립의 기틀을 마련하다
3장 갈릴레오 갈릴레이, 우주의 실체를 파고든 불굴의 과학자
1. 독실한 신앙인인가, 근대 과학의 투사인가
아리스토텔레스와 싸우다가 수학에 눈뜨다│피사의 사탑에서 공을 떨어뜨리다│천문학과 점성술이 공존하던 시대│코페르니쿠스의 길을 따라서
2. 망원경으로 우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다
우주의 중심은 하나가 아니다!│지동설의 강력한 증거들│과학과 종교의 충돌이 임박하다
3. 과학과 종교의 공존을 모색한 근대인
투쟁이 시작되다│“가설이라면 지동설을 주장해도 좋다”│밀물과 썰물에 관한 대화│브루노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다│치욕을 견디고 대작을 남기다
4장 독일의 악마들, 마녀사냥 이야기
1. 근대 유럽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나
마녀임을 자백하게 하는 방법│그들은 왜 마녀가 필요했나│디트리히 플라데, 재판관에서 피의자로│돈벌이 수단이 된 마녀재판
2. “사실이든 아니든 제발 아무거나 자백하세요”
밤베르크 시장 유니우스의 비극│딸에게 보낸 비밀 편지│광기의 정점│“고문과 처형이 곧 구원이다”
3. ‘마녀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 아니다”│마녀재판은 도대체 왜 일어났을까│이웃이 이웃을 죽이다│마녀사냥의 종식
5장 루이 14세, 세상을 암울하게 만든 태양왕
1. 절대주의 권력을 향해 첫발을 내딛다
‘절대주의는 절대적이지 않다’│결혼으로 긴 전쟁에 마침표를 찍다│루이 14세의 애정 행각│프랑스 절대주의의 비밀│제 명을 재촉한 세기의 파티
2. ‘절대주의’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다
태양왕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들│베르사유궁, 절대주의의 상연 무대│치세의 절반이 전쟁│영토 확장에 나선 ‘17세기 히틀러’
3. 끝내 이루지 못한 영토 확장의 꿈
“24시간 이내에 교회를 파괴하게!”│반불동맹과의 전쟁│에스파냐 왕위, 차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스파냐 왕위 계승 전쟁│태양왕의 불운한 말년
6장 레오폴트 1세와 카를로스 2세, 합스부르크 가문이 유럽 지도를 바꾸다
1.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 죽음과 유전병의 끔찍한 드라마
세기의 결혼식│죽음의 굴레를 벗어난 신랑, 레오폴트│비운의 신부, 마르가리타 테레사│족외혼으로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다
2. 오스만 제국과 프랑스의 침략을 막아낸 레오폴트 1세
전쟁의 밀물과 썰물│몸을 피해 유럽을 구한 황제│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시소│‘내가 이러려고 프랑스 국왕이 되었나?
3.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은 군주, 카를로스 2세
카를로스, ‘마술에 걸린 사람’│‘국가가 왕실보다 우선이다’│되살아난 악몽, 에스파냐 왕위 계승 전쟁│강대국 간 균형의 시대로
7장 베르니니, 영원의 도시 로마를 조각한 예술가
1. 숭고한 지성인가, 사악한 인간인가
천재의 탄생│“아들이 당신을 이기려 하니 조심하시오”│20대에 슈퍼스타가 되다│성 베드로 성당 건축의 총감독이 되다│스캔들을 불러온 〈코스탄차 보나렐리의 흉상〉
2. 천재 예술가의 굴욕
또 다른 천재 보로미니와의 갈등│시간이 지나 밝혀지는 진실│신성한 신의 사랑을 강렬한 오르가슴에 비유하다
3. 로마는 당신을 위해, 당신은 로마를 위해 존재한다
스웨덴 여왕을 환영하라!│엇박자가 난 파리 방문│다시 성 베드로 성당으로│교황도, 군주도, 수많은 사람도 머리를 조아린 예술의 왕
8장 존 로, 탐욕과 부패의 거품을 일으키다
1. 세상 물정에 밝은 청년에서 인플레이션의 아버지로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다│우국지사가 되어 귀향하다│‘정의 법정’도 소용없는 프랑스의 파산 문제│혁신적이면서도 사기성 높은 아이디어
2. 집에서 새는 바가지, 미시시피 들판에서도 새는 법
미시시피의 단꿈│‘실패+실패=성공’?│투기 광풍, ‘한 사람은 내 마부요’│아슬아슬한 돌려막기│작년보다 절반만큼만 부자라니?
3. 미시시피 버블에서 남해 버블로
혼란스러울수록 사기가 잘 먹힌다│미시시피 회사 따라하기│영국의 종교는 남해회사 주식│버블이 꺼지다
저자 후기
부록 유럽 왕가 계보도(16~17세기)│유럽사 연표(16~17세기)│찾아보기
2권에서는 3,4,5장의 이야기 가장 유명할 것 같지만 6장의 합스부르크등의 이야기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부정합 턱의 이야기는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나 다른 교양프로에서 워낙 자주 다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서프라이즈에 나온 에피소드들을 책으로 내도 좋을 거 같군요.)
책 내용을 조금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만큼 많은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킨 인물도 흔치 않다. 이탈리아 출신의 이 여인은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고, 세 아들이 차례로 국왕으로 등극했다가 일찍 죽거나 비참하게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16세기 후반 프랑스가 종교?정치 문제로 위기에 몰렸을 때, 카트린은 모든 갈등을 부추기고 살인과 폭동을 교사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왜곡된 이미지를 퍼뜨린 것이다.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여왕 마고]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늘 검은 옷을 입고 아들들을 조종하며 배후에서 모략을 일삼는 늙은 여인이 그녀의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그렇지만 실제 카트린은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정치 안정을 찾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오늘날 같으면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 p. 21
1566년 4월 5일, 그 후에도 지속된 종교 탄압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구분 없이 하급 귀족 약 200명이 브뤼셀궁에 모여 마르가레트 총독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 이들은 매우 공손한 태도로 자신들은 펠리페 국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라고 아뢰었다. 다소 비굴할 정도로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총독의 한 고문관이 “이 사람들 거지떼 같네”라고 말했다. 귀족 대표들은 정말 거지처럼 빌기만 했을까? 탄원서 낭독을 마친 후 이들은 갑자기 이상한 포즈를 취했다. 모두들 몸을 약간 사선으로 돌린 것이다. …… 사실 그 포즈는 마상馬上의 병사들이 일제 사격을 하는 준비 동작이었다. 겉으로는 공손하되 만일 자신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봉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던 것이다. 결국 마르가레트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했고, 화형을 비롯한 종교재판관들의 활동을 금지했다. 그날 밤 귀족들은 파티를 벌이며 축배를 들 때 자신들이 들었던 ‘거지’라는 말을 되새겼다. 이 모욕적인 표현이 오히려 그들의 흥미를 자아내서 스스로를 ‘거지 기사단’으로 명명했다. 한동안 젊은이들 사이에 회색 망토를 두르고 구걸용 그릇을 허리띠에 매는 거지 패션이 유행했다. 더 나아가 ‘거지’는 네덜란드 독립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 p. 71
악마와 성관계를 맺고 아이를 잡아먹었다는 죄로 페로네트를 빨갛게 달군 쇠 위에 앉게 한 다음 화형에 처한 것은 15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무고한 여인에게 인간이라면 차마 하지 못할 악랄한 고문을 가한 것은 17세기 독일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마디로 ‘근대 유럽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흔히 마녀사냥은 ‘중세적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근대 초 정점에 이르렀다. 르네상스와 과학혁명, 계몽주의로 이어지는 시대가 바로 마녀사냥의 전성기였던 것이다. --- p.137
루이 14세를 호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는 전쟁을 통해 ‘영광’을 추구했다. …… 오늘날 루이 14세는 위대한 국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당시 주변국의 입장에서 보면 히틀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국왕 개인의 성향으로 모든 것을 해석할 수는 없다. 전쟁을 통해 명예와 영광을 얻고 싶은 욕망은 루이 14세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당시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었다. 귀족과 부르주아 모두 국왕의 주장에 공감했고,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왕국’을 ‘조국’으로 여기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었다. 따라서 루이 14세만 아니라 당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전적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근대 유럽 전체가 군사화되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 p.195
카를로스는 죽음에 임박하여 35년의 재위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결정, 즉 왕위 계승자를 지명하는 유언장을 작성하게 되었다. 이전에 유언장을 써놓았지만 세 번째 수정본이 최종적인 유언장이었다. 여기에서 그는 에스파냐 왕위를 앙주 공 필리프(루이 14세의 손자), 그 동생인 베리 공 샤를Berry de Charles(1686~1714),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의 카를(레오폴트 1세의 둘째 아들) 순으로 넘길 것이며, …… 단 프랑스 왕실과 에스파냐 왕실을 합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가문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그동안 적국이었던 나라에 왕위를 물려주는 기이한 결정이었다. 에스파냐를 분할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최강자에게 왕위를 넘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인데, 이는 ‘왕실’보다는 ‘국가’가 더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1700년 10월 2일 카를로스는 유언장에 서명하고 울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1월 1일에 사망했다. 문자 그대로 군림은 하되 통치하지 않는 군주였던 그는 마지막 합스부르크 가문 계열의 에스파냐 왕이었다. --- p.241
‘인플레이션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로, 좋게 말하면 금융인, 나쁘게 말하면 사기꾼. 그는 사기성 돈놀이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욕망과, 망해가는 경제를 단번에 살리겠다는 허황된 영웅심이 뒤얽혀 있었다. 루이 15세 정부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호기를 부렸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금융 거품만 일으켰다. 그가 구상한 체제는 러시아 혁명 전까지 가장 극적인 경제체제 실험이지만 동시에 역사상 최악의 사업 실패이자 최대 규모의 부정부패 중 하나였다. 사람들을 현혹시킨 거품 경제 사태는 파리와 런던에서 시작되어 온 세상으로 퍼져갔다. 바야흐로 사기와 투기, 공황도 글로벌한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 p.291
마녀를 이야기하는 챕터에서 처음에 받았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잔인하고 끔직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적을 잡아 화형에 처했다는 그런 말이 있기도 하지만 일상적으로 이루어 지는 일은 아니기에 크게 느끼지 못했을 뿐이지만 저런 일이 일상이었다면 공포스러웠겠죠.
저자는 꽤나 훌륭한 혹은 노력한 여왕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카트린 드 메디시스'처럼 잘 모르고 있던 사실에 대해 알려주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물론 근대 유럽의 그것도 프랑스의 왕조를 제가 잘 알리가 없겠지만요. 제 지식은 책에 나온대로 영화 '여왕 마고' 에서 그려진 내용들 정도에 지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상식이 조금은 더 상승 했네요.
오늘도 유럽인 이야기를 읽고 상식이 굉장히 상승한 느낌입니다. 이 책은 서울도서관에 전자책으로 나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대여해서 읽어 보시기를 권해 드리겠습니다.
이상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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