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무더운 여름.
하지만 한밤 천둥 번개와 함께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성 소나기는 중복이 지났어도 열대야가 오지 못하게 만들어 주었다. 얇은 이불이라도 배에 덮어야지만 잘 수 있을 것 같은 약간의 서늘함이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밀려 들어온다. 25도 정도만 되어도 이렇게 잠자기 좋은 온도라는 것을 깨달으며 자연의 신비에 대해 감사한다.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텐이 바람에 밀려 불룩한 배를 내밀고 침대위를 살랑거린다. 태풍이 아닌데도 이렇게 바람이 불어 커튼이 볼에 바람을 넣은 듯 빵빵해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오늘 아침은 그렇게 바람에 몸을 부풀리며 나의 단잠을 깨우고 있었다.
몇일 동안 구름에 가려 있던 햇빛이 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습기가 가득찬 날들이 거의 2주째 지나가고 있는 와중에 이런 반짝이는 빛이 비치는 아침은 내 마음 어딘가에 박혀있는 행복을 간지럽히며 끌어내는 기분이다.
적당히 밥을 먹고 뉴스를 보며 시작하는 아침이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인류가 생기면서부터 시끄러웠을 세상이니 인류가 사라질 때 까지도 시끄러운 세상일 것이지만 그 와중에 고요한 나를 찾아 명상을 해 본다. 사실 굶은 상태에서 하는 명상이 더 효율적인것 같지만 배가 부르다고 해서 명상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것을 채우기 위해 쌓여있던 머리속을 다시 한번 비워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무아의 상태를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인 사업자.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만 아무도 나에 대해 말도 걸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일을 시작한다. 방안의 온도는 이미 28도를 넘어가고 있지만 반바지에 나시티를 입고 있으니 그정도는 그렇게 덥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차가운 아이스티를 얼음 가득 담아 책상의 한 귀퉁이에 놓고 있자니 순식간에 선풍기 바람에 잔에 송골송골 물방울이 맻힌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구름과 햇빛이 오늘도 활기찬 하루의 시작을 이야기 해주는 것 같다.
금요일. 힘내서 또 달려보기를 저 파란 하늘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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